화요일, 1월 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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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집·유교 터전에 예배당 짓는 기적”


대구 달서구 달구벌대로 궁산(弓山) 자락, 금호강 기슭에 자리 잡은 푸른초장교회(임종구 목사)는 ‘물가에 심은 나무’(렘 17:8, 시 1:3)처럼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고 있다. 창립 21년 만에 등록교인 1000여명(출석 600명)의 중형교회로 성장했다. 연혁만 보면 아직도 신생교회다.

시작은 미약했다. 담임목사 부부를 빼면 교인은 달랑 2명이었다. 그러나 2006년 창립 10주년엔 경북 안동에 제자교회를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2년 뒤엔 어엿한 단독건물 예배당을 갖는 꿈도 이뤘다. 20주년 기념교회로 지난해부터 짓고 있는 제주 가시리교회와 네팔 렐레교회는 올 부활절 전에 헌당예배를 드릴 계획이다. 종교개혁 500주년 새해 첫 주말인 지난 7일 푸른초장교회 목양실에서 임종구(48) 목사를 만나 교회의 성장 스토리와 미래 비전을 들었다.

신대원 2학년 때 신혼방에서 개척

임 목사는 1996년 총신대 신학대학원 2학년 때 대구 남구 대명동의 신혼방에서 고등학생 2명과 창립예배를 드렸다. 이후 한 아파트 상가를 무상으로 임대해 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주인의 부도로 길거리로 내몰렸다. 오전은 어린이집에서, 오후에는 주암산 기도원에서 주일성수 하며 예배 공간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응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성서지역에 들어서는 고급 아파트단지 상가건물을 분양받았다. 고 옥한흠(사랑의교회 창립자) 목사로부터 배운 대로 한 영혼을 사랑하는 일에 사활을 걸었다.

결과는 놀라왔다. 창립 10년 만에 150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호사다마였다. 2002년 여름휴가 중 교통사고를 당해 경북 안동에서 잠시 머무른 적이 있었다. 그 때 이 지역의 복음화율이 2.5%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듣고 안동에 교회를 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동 제자교회를 짓는 과정에서 교인들은 본 교회 예배당을 건축하는 기쁨 이상의 감격을 경험했습니다.”

‘비우면 채워주신다’고 한 말씀처럼, 안동 제자교회를 짓고 나니 대구 본교회 근처 마을 뒤 궁산의 무당집과 제실, 당산나무가 있는 땅 661㎡(200여평)가 급매물로 나온 것이다.

다시 안 올 기회였다. 교회가 땅을 사겠다고 나서자 암에 걸린 무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땅을 교회에 넘겼다. 문제는 터줏대감격인 이락서당(伊洛書堂)이었다. 나중에 교회를 신축하려면 서당의 부지 일부를 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9개 문중이 공동으로 소유한 터라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10년 전 약속 ‘민들레센터’ 계획

교회뿐만 아니라, 마을 도서관도 함께 건립하겠다는 임 목사의 제안이 통했을까.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예배당은 절대 안 된다”던 이들이 1322㎡(400여평)를 내놓았다. 2008년 마침내 교회개척 12년 만에 5층 규모 예배당을 신축했다. 2층은 사립 공공도서관으로 허가를 받았다.

푸른초장교회의 정유년 새해 목표는 도서관과 문화센터를 겸한 ‘민들레센터(가칭)’를 건립하는 것이다. 이락서당 땅 일부를 사들이면서 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교회는 매년 봄 외국인근로자와 북한이탈 주민 등 다문화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푸른초장교회 교회표어는 ‘신자, 가족, 시민으로'(엡 2:9)다. 임 목사는 교회 안에서 신자로서만 머물 것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공동체로서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정했다고 했다.

2015년 총신대 신대원에서 ‘칼뱅과 제네바 목사회’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임 목사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교회가 거듭나기 위해선 장 칼뱅의 종교개혁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동강은 금호강을 만나 거대한 물줄기로 변합니다. 푸른초장교회는 두 강 이름을 따서 만든 이락서당과 함께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대구=글·사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